얼마 전까지만해도 제가 갖고 있는 고소공포가 트라우마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트라우마라고 하면 엄청난 사고나 전쟁 따위를 겪고 남은 PTSD에 가깝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트라우마에도 종류가 있고 저는 일종의 작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높은 곳을 좀 비정상적일 정도로 무서워했어요.
원래도 높은 곳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네에서 떨어지는 작은 사고를 겪고 더 심해졌는데 그 사고 자체는 거의 잊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공포감만 몸에 남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공포감을 어느 정도 숨기고 누르는 것도 익숙해졌지만 원래는 2층 건물조차 오르기 힘들어 했습니다. 계단 옆이 허리 위로 유리로 된 곳은 무서워서 기어 올라갔던 기억이 나네요; 1.5m 정도 높이에서 빙글빙글도는 놀이기구만 타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기 때문에 소풍으로 놀이공원 가는 게 참 싫었던 기억도;
2층 이상의 높이에서는 바닥이 꺼지고 벽이 날아가는 등 상상이 더해져서 벽에 잘 기대지 않고 긴장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뛰면서 눈앞이 흐려지고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정적인 상황에선 다리를 떨거나 하는 행동은 좀 남아있습니다.
성인이 되고 가장 힘든 건...보통 회사생활을 하면 건물이 단층이나 1층인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사무실 자체는 블라인드도 있고 창 밖을 내다볼 일이 별로 없어서 고층이라는 인식을 덜 하는데,
엘리베이터 타는 게 부쩍 무섭다고 느낍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래를 내다보면 빨려내려갈 것 같고 무섭다고 느끼긴 합니다만 그건 어느 정도는 남들도 그렇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보다는 엘리베이터에 대한 공포감? 그런 게 더 큰 것 같아요. 혼자 타는 것도 피하게 되고요.
고소공포가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에 대한 공포로 트라우마가 커지진 않을까 걱정이ㅠ
작성자 익명
신고글 트라우마 대상이 커지기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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