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잊을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90년대에 있던 일인데요. 부부동반모임으로 계곡으로 피서를 갔었던 적이 있어요. 전 원래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얕은 물에서만 물장구 치고 그렇게 노는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얕은물가에서 튜브르 가지고 놀고 있는데 짓궂은 남자들이 와서 튜브를 이끌고 깊은 물가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뒤집어 버린거에요. 물에 대해 공포심이 있다보니 튜브에 나오지도 못하고 몸이 얼어 버렸어요.
그렇게 겁은 주더라도 설마 했어요. 그렇게 깊은 물가에 데려가서 튜브를 뒤집을까 했던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뒤집어 놓고 그대로 장난을 친다고 나가 버린거에요. 순간 엄청난 공포심에 휩싸였어요. 제 키보다 높았던 물 높이에 겁을 먹었어버렸으니 얼마나 더 물이 깊게 느껴졌을까요. 죽을힘을 다해 두손으로 허우적 거리며 살려달라고 쳐다봤어요. 일행들을.
그런데 저의 그런 모습이 장난인줄 알았나봐요. 재미있어하고 웃고 있더라구요.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어요. 이러다가 죽을수도 있겠구나. 제가 이렇게 죽을것처럼 공포심에 휩싸여 물을 먹으며 허우적 거리는게 그저 우스꽝 스러워 보였나 봅니다. 사람이 죽을것 같은 느낌이 드니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이 와있던 아이들 생각나고..허우적 거리는 내 모습, 웃고 있는 일행들, 그 한컷 한컷들이 슬로우처럼 느껴졌어요.
그렇게 많은 물을 먹고 허우적 거리는데 제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옆에 떨어져 놀고 있던 다른 무리의 청년들이 수영을 해서 오더니 구해줬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은 잊지를 못해요. 청년들이 다가와서 물에 빠진 저를 구해서 밖으로 끌어주는데 왈칵 눈물부터 쏟아지더라구요. 글을쓰면서도 그때 생각에 울컥하네요. 일행들은 제가 장난치는줄 알았다며 미안해했고 도저히 전 충격에서 벗어나지를 못해 이야기를 하고 저희가족은 집에 돌아온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생사를 넘나들게 해준 물 때문에 이렇게 긴 세월이 흘러도 트라우마는 여전합니다. 절대 계곡은 가지 않아요. 바닷가 보는거 좋아해요. 좋아만해요 바닷가 보면서 커피 마시는거 넘 좋지만 절대 발도 담그지 않아요. 발을 담그고 있으면 누군가가 밀어버릴것 같은 공포심이 여전하답니다. 저에게는 극복하지못한 트라우마겠지만 물가는 늘 조심하면 나쁠게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주고는 해요.
트라우마라는게 꼭 극복해야 성장한건 아닐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때의 사건으로 지금도 물에 대해서는 심하게 조심성을 가지고 있지만 저에겐 큰 의미가 있던 날이기 때문이에요. 글들을 읽어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것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더라구요. 참 어찌보면 짠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하지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못나게 생각하진 마요. 이렇게 삶을 사는것도 저의 몫이니까요^^
그때 저를 구해주었던 청년들도 중년이 되어 있겠네요. 모두들 하루가 평온하길...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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