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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히, 트라우마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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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단체로 등반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 친구가 사고를 당해 모두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워낙 사람들이 함께 모였기에 다른 환자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배낭들을 병원 문 앞에 쭉 늘어놓았습니다. 
친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뒤에야 다행히 친구가 괜찮아 한숨을 돌린 사이, 그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배낭이 사라진 것입니다.

혹시 잘못 보았을까, 깜짝 놀라 허둥지둥 찾았지만 제 배낭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병원 직원에게 알아보았더니, 누가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저희 일행이 가져가는 줄 알고 가만히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그 배낭은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배낭 안에는 당시에 시험을 준비하던 책도 들어 있었습니다. 좋아하던 선배의 사진도 들어 있었습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이 그 사진을 잃은 일이었지요.
그 뒤 혹시나 필요없는 책이나 사진이라도 근처에 버려져 있을까 봐 그 병원이 있는 마을 쓰레기장이나 골목들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몇 달이나 그 마을을 찾아가 정신없이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쓰레기장을 뒤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였습니다. 시험에도 떨어졌습니다.
그 일은 제 자신을 끊임없이 자책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왜 문 앞에 배낭을 둔 것일까, 사람들에게 조금 눈총을 받더라도 배낭을 그냥 메고 있을걸, 아니, 조금 폐가 되더라도 병원 안 대기실 소파에라도 둘걸...... 자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가방을 잃어버린 저에게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누군가 제 물건을 가져갈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물건을 두는 곳에 잘 두고도 안절부절못하고 몇 번이나 뒤돌아봅니다. 도저히 안심이 안 되면 무거운 물건도 그냥 들고 다닙니다. 사물함에 안전하게 넣어 두고도 몇 번이나 잠금 장치가 잘 잠겨 있는지 확인합니다. 
심지어 어느 곳에 갔다가 물건을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되돌아가 살펴보고 또 살펴보고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런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아프고 힘든 상처에서 자유로워질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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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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