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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텐 사람이 떠나가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어릴적 부부싸움이 잦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고
부부 싸움을 하시고 난 후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리셨습니다
나가서 일주일이 지나도 한달이 지나도 집을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그 당시 제 나이는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제 친동생은 이제 걸음마를 막 뗀 아기였는데
아버지는 애를 보실줄을 모르셨고 제가 동생을 다 케어 하며 살았죠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였던 동생을 케어하며
아버지는 매일 술을 드셨고
그런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집안에서
저는 밤마다 그립고 화도 나고 상처받은 마음에 숨죽이며 울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저한테 말을 걸어오더라구요
엄마 보고 싶냐고
저는 속으로 그걸 말이라고 하나 싶었지만
아버지가 화내실 까봐 조근조근 말했습니다
엄마.. 보고싶어.. 이렇게요
결국 아버지는 어머니를 찾으러 친정을 다 뒤졌고
결국 어머니를 3개월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저랑 동생 몰골을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시더라구요
그 당시 저는 정상체중보다 -10kg정도 적게 나갔었어요
아무도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당연히 살이 많이 빠졌었고
한창 키가 클 나이인데 키는 다른 애들보다 월등히 작았고
영양실조로 인해 손은 다 벗겨져서 고름이 나오고 있었고요
엄마가 미안해.. 다시는 너희를 두고 나가지 않을게..
이런 말을 하시며 말라 비틀어진 제 몸을 꽉 안으셨고
결국 어른들 설득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게 됐죠
저는 상처도 깊었고 어린 마음에 엄마 말을 덜썩 믿어버렸던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고
사람은 바뀔 수 없다는 걸 그 어린나이에 깨닫게 되었죠
역시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부싸움을 일삼으셨고
저는 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과 동시에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요
엄마가 또 나가버리면 난 어떡하지? 불안한 생각과 함께
엄마 옷 소매를 잡고
엄마 이번에는 나 두고 어디 안갈거지…나 버리면 안 돼 나가면 안 돼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께 빌었습니다
어머니는 응 어디 안갈거야.. 나 저번처럼 너희 두고 안나갈거야… 다신 그러지 않을게
라는 말을 하며 저를 안아주셨죠
그렇게 저는 안심하고 퉁퉁 부은 눈으로 잠에 들었고
새벽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잠에 깼고
깨자마자 엄마가 잘 있나 어디 안갔나 싶어서 엄마 방에 들어가서 엄마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옷도 없고 가방도 없고 안 계신겁니다..
설마 설마 잠시 편의점 가신거겠지.. 설마 또 버리고 나가신거겠어?
혼자 마음을 가다듬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기다렸어요
그런데 결국 오지 않으시더라고요
또 저희를 버리고 그대로 나가신거였죠
저보고 분명 몇시간 전에 다신 그렇지 않겠다고 약속 했으면서….
아무도 모르는 그 새벽에 몰래 나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처음 나가셨을 때도 엄청난 충격과 숨막힘이었는데
두번째 그러고 나니 이게 무슨 감정인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면서
배신감이라고 해야하나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마음의 문이 점점 닫히게 되었고
나중에 엄마가 다시 돌아오셨을 때도 무덤덤하게 있게 되었고
엄마한테 큰 마음을 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남한테도 아무리 친하더라도 마음을 크게 줄 수 없는
마음을 닫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마음 닫힌 상태에서 어쩌다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고
남자친구의 초기 모습 즉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열리게 되는데
남자친구와 다투거나 상대 마음이 식어버리는 문제로
저한테 이별을 고할 때는 물론이고
같이 있다가 화장실을 가든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가든 제 눈 앞에서 잠깐이라도 사라져 버릴 때
저는 견디지 못할 그런 감정이 들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아요
분명 남자친구는 전화받으러 잠시 나간건데
이대로 문을 열고 나가면 날 떠나버리는거 아닐까
과거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오더라구요
이런 모습을 본 남자친구는 처음엔 위로와 공감을 해주며
내가 왜 떠나 내가 너 좋아하는데 왜 떠나 안떠나^^ 라고 안심을 시켜줬지만
이런 모습도 계속 보면 당연히 남인데 힘들잖아요
그렇게 저한테 이별을 고하기라도 하면 저는 당장 죽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나 안떠난다고 사랑한다고 해놓고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겠다고 해놓고 왜 자꾸 사라지는지
그 사람은 사라지는게 아닌데도 자꾸 사라질것만 같은
예전 어머니가 떠나고 사라지는 트라우마가 머릿속에 자꾸 연상이 돼요
그래서 저는 누구와도 깊게 사귀질 못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고
사람이 떠나가는 것에 대한 아주 지독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인간관계도 단절된 상태입니다
누가 다가와도 어차피 이 사람은 나 떠날거니까 언젠가 나 버릴거니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고
트라우마가 다시 시작될 바에 그냥 혼자 살아가는게 맞다 라는 생각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엔 저 너무 멀리 와버린거죠?
정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며 치유하고 싶지만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전에 미리 제가 선제 방어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 트라우마… 극복할 방법은 도저히 없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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